28살 나의 늦은 첫 소개팅의 이야기 2부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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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글의 본인이 아님을 밝혀드리면서 2부를 늦게나마 올리게되서 

죄송합니다~~






난 설레는 마음을 들키지 않고 싶어서 


그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 하려고 애썼어


근데 그게 맘대로 되?


혀는 꼬이고 얼굴이 빨개진건 가라 앉지 않고..


나는 전 여자친구 제외하고는


여자와 단 둘이 이야기 나눠본 적이 거의 없어서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거야..


근데


가만있어봐.. 이 애도 말주변이 좋은거 같진 않더라?


이대로 흘러가면 서로 어색해하다


후회만 남긴채 영영 빠빠시룽 될 것 같은거야 


사람은 위기를 느껴야 강해진다고들 하지


내가 주체못할 어색함에


적신호를 느끼고


어제밤에 자기전에 네이년에서 


"소개팅 잘 하는 법" 으로 검색해서 


이글 저글 뒤져봤던게 생각나기 시작했어



- 가족관계,하는일,취미생활등 소소한거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나가면 됨요


- 님 소개팅 몇번 해봤삼이나 과거 연애사 물으면 바로 좆망


- 공통 관심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삼


- 그냥 존나 잘생기면 된다



..등등 공부했던 내용들이 생각나더라


내 관심 분야가 패션 쪽이야


동대문에서 일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마침 그 애 가방이 눈에 딱 들어오더라!


보통 직장인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랑은 좀 틀리고 독특했어


그 가방에 대해 물어보며 대화를 주도해 나갔지



나 : "이 가방 예쁘고 특이하네요? xx씨랑 잘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애: "아~ 이가방 이쁘져? 저 이 브랜드 좋아해서 시즌 신상 나올때마다 괜찮은거 


하나씩 사다보니 벌서 집에 3개나 있어요^^"


나 : "와 정말요? 제가 잘 모르는 브랜드 인데 진짜 이쁘다~ 어디꺼에요?"


그애: "라빠레x 라는 브랜드껀데 독특하고 완전 내스타일이라 처음에 보고 바로 샀어요^^


내 친구들도 내꺼 보고 여기서 많이들 샀어요"



완전 신난 애기처럼 가방에 대해 조근조근 이야기하는데


너무 귀여운거야


솔찍히 가방 잘어울리고 이쁘다는 말 


별 말 아니잖아? 


근데 바보 처럼 웃으면서 되게 좋아하는게 내 눈에 보이더라


진짜 순수해 보였어


근데 내가 지금 미안한게


무슨 가방을 한 브랜드에서 3개나 살까.. 하고 된장녀? 비슷한 걸로 


혼자 잠깐 생각 했었거든


솔찍히 여자들 브랜드 가방 다 비싸잖아


난 사람이 특히 여자가 사회생활 하면서 자기자신을 


꾸미고 가꾸는건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20대라면 미래를 위해 좀더 경제적으로 준비를 많이 해놔야 된다고


생각하고 살고있거든


근데 시즌신상 나올 때마다 가방 보러 간다는 말에 


경제적인 개념은 별로 없나 보구나 


이렇게 생각했었거든


나중에 이런 생각 한 내가 스스로 엄청 부끄러웠지만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얘기할게


암튼 가방 이야기로 어색함이 좀 사라지고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들 나누다 보니


소개팅 빨리 끝내고 집에가야지 하던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뿅하고 사라진지 오래야


내 앞에 있는 이 여자에 대해


더 궁금한게 많아지더라


커피숍에서 한 1시간 앉아 있었나?


우린 술집으로 이동하려고 일어났어


술 한잔하며 이야기도 더 많이하고 


재밌게 해줘야지 하는 맘으로 


술집을 향해 건대 거리를 걸었지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 나온 것도 정말 오랜만이고


기분좋더라


커피숍에서 내가 예약한 술집까지는 5분도 안되는 거리 였지만


그 짧은거리를 걷는동안


주변 상가들 유리에 비춰지는 


우리 둘이 보이는데


왠지 모르게 짠하더라? 어떤 감정인진 모르겠는데 그냥 짠했어


술집에 도착해서 우린 테이블로 가서 앉았지


안주를 고르고 술을 시켜야 하는데


나 사실 술 정말 못하거든


특히 소주는 젬뱅이야


근데 첫 만남에서 깊은 이야기 나누고 하긴 좀 뭐하잖아


서로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커피숍에서 1시간 대화 나눈게 서로에 대해 아는 전부인데


근데 난 오늘 정말 깊은대화 나누면서 얘가 어떤 애인지


더 많이 깊게 알고싶은거야 


그런 감정은 태어나 처음이었어


못하는 소주.. 까짓거 오늘은 좀 마시고


얘기좀 많이 나눠봐야겠다 생각했지




"매화수 드실래여? 뒤끝도 없고 향도 좋은데.."




현명하고 적절한 그 제안에 난 다시한번 홀딱 반했지


매화수는 도수도 꾀 높거든 소주보다 훨 맛도있고 


안주는 얼큰한 모듬오뎅탕이랑 매콤한 닭?깐풍기?를 시켰어


커피숍에서 긴장을 좀 어느정도 풀기도했고


술도 좀 들어가니까 


말이 술술 잘 나오더라


얘도 긴장이 좀 풀렸는지 아까완 다르게 먼저 이것저것 묻기도하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똑바로 쳐다보며 얘기를 하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난 외동아들이야


어려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충청도에서 작은 문구점을 하셨고,


집이 부유하지 못한 탓에 어머니 아버지는 항상 사이가 안좋으셨어


엄마 뱃속에 있던 내 동생도


아버지몰래 어머니혼자 병원에 찾아가 수술을 할정도로 가난했지


학교 끝나면 집에 들어가기도 싫었어


집안 분위기는 엉망이고 형제도 없으니 집에 가고 싶을리가 없지


내가 나이 좀 들고 고3이 됐을때에는 결국 이혼하셨어


내가 알거 다 알 나이가 되니 


나 때문에 참아왔던 결정을 두분이서


해버리신거지


나보다 더 아픈상처있는 사람들 많은거 알지만


나로선 큰충격이었고 아직까지도 큰 상처거든


이 일로 부모님과 몇 년동안 연락 안한 기억도있고(지금은아니야)


20살 때 부턴 집에 손 한번 안벌리고 


대학다니면서 애간에 죽어라 일해서 


학비며 생활비며 방값이며 핸드폰비며


내가 다 벌어 써오고 있거든


얘랑 가족 얘기 하다가 술김에 이얘기가 나와버린거야


...


얘기를 하면서도 아 내가 이런 얘길 왜 하고 있지 싶었어


근데 있지


얘가 뭔가 아련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라



"나도 엄마랑 아빠 따로 사셔"



나만 겪었던 아픔이라 생각했던 걸 얘도 똑같이 경험했던거지


목포에서 살던 얘네 식구들은(2녀 1남)


어머니 아버지가 갈라서신 후


아버지는 남동생과 목포에 


어머니는 여동생 그리고 본인과 같이


서울에서 월세하나 얻어 같이 살고있는 거더라구


내 이야기 뒤에 이어지는 그애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진짜 핑 돌았는데 꾹 참았어


힘든시기에 어머니와 동생과함께 서울 처음올라와


친구도 없는 오지에서


얼마나 힘들었겠어? 


근데 다행히 그 힘든 시기쯤에 


친구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났대 


서울친구 하나 없을때


그 남자애를 만나 외로운거 모르고 살았다구


한3~4년쯤 만난거같더라


아무리 힘든 일 있고 심심할 때에도


그 애 하나만 있으면


너무 행복했대


근데 2년전에 헤어진거지


내가 헤어진 뒤 지옥같은 1년을 겪어 봤잖아


얘는 그걸 2년을 겪었더라


기간이 중요한건 아냐 사람마다 대처하는 방법도 틀리고


마인드나 주변 상황도 틀리니깐


하지만 난 거기서 큰 동질감을 느꼈어


말로는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었어 얼마나 힘들어 했을지


...


그리고 난 더 놀랍고 멋진 얘길 들었어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셋이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때..


셋이서 고시원에서 생활했대


상상이되?


나도 예전에 고시원 한달 살아봤는데


혼자 살기도 벅차


그런 고시원에 셋이서 살았대


지금은 열심히 쉬지않고 일해온 결과


상황이 나아져서 월세로 옮겨서 잘 살고있고


5월쯤에 전세로 이사 예정이라는


얘기도 해주더라


그것도 아주 밝게 웃으면서


이런 아프고 꺼내기 힘든 이야기


웃으면서 나한테 해주는 


이 아이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어


생각을 해봐


고시원->월세->전세


말은 쉽지 쉬지않고 일한 결과야


이 과정속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어?


나도 20살때부터 쉬지않고 일해봐서 아는데 


절대 쉬운거 아니다


내가 이 얘길 들으면서 가방3개 샀다고 된장녀아냐?


라고 잠시나마 생각했던게 부끄럽더라


게다가 소개팅 끝나고 집에와서 인터넷에 


그 가방 검색해보니까


사회생활하는 여자들이 들고다니기에 


적당한 중저가의 브랜드였어


x넬, 루이비x, 프라x 들고다니는 여자애들 가방보다


내눈에 100배는 이뻐


얘가 멋져 보이고 배울것도 많아 보이더라?


그 순간 아마 내 스스로 확신이 들었던거 같아


얘랑 좀 더 많이 만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잘해주고 싶다고


내가 길고 길던 연애에 한번 실패해서 그런지


다시 그렇게 깊게 사랑하고 진심을 다 할 자신은 없어


근데 나란놈은 그런가봐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야 직성이 풀려


결과가 어떻든 난 진심으로 얘를 만나볼 생각뿐이야


얘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말이지..


내가 첫 만남에서 본 이 애는


누군가에게 정말 사랑받고 


행복할 자격이 충분한 여자야


허락만 해준다면 매일매일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고싶은


꼭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정말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진심으로


어쨌든 우린 11시넘어서까지 매화수 4병을 비우며


긴 얘길 나눴고


소개팅을 한 그 주의 주말에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 뒤 헤어졌어


아.. 내가 집까지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거절당했어ㅋㅋ


나 술 많이 마신거 같다고 자기는 집 가까우니까


반대방향인 자기 집까지 데려다줄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


마음은 무시하고 데려다 주고싶었지만


그애가 하자는 대로 했어


그애말은 다 들어주고 싶었거든


나는 동대문행 그애는 잠실행 지하철을타고 


각자 집으로 헤어졌지


그리고 난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생각했어


오늘 나눴던 수많은 대화들


오늘 내가 느낀 감정들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정말 행복한 하루이자


행복한 첫 소개팅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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